두물머리를 알게 된 건 코로나 시절이었다.
세상이 멈춘 듯했던 시간,
회사도 재택 근무였고 외출은 조심스러웠던 그때.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한 가지 떠올랐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 사람과 접촉 없이 외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된 드라이브 루틴.
부모님을 모시고 주말마다 짧은 외출을 하게 되었고, 그 여정 중 우연히 도착한 곳이 바로 두물머리였다.
🌅 새벽 두물머리, 도시락과 돗자리
집에서 약 1시간 거리.
그 시절엔 해가 일찍 떴고, 우리 가족의 ‘작은 여행’은 새벽 6시 이전 출발이 기본이었다.
가볍게 도시락을 싸고, 돗자리를 챙기고,
사람 하나 없는 이른 아침의 두물머리에 도착하면 그곳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평온이 있었다.
트인 공간, 부드러운 햇살, 선선한 바람,
물결 위로 드문드문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
도시락을 먹고 뒹굴거리다 돌아오는 그 시간이 그땐 정말 큰 위로였다.
그렇게 나무 그늘 밑에서 뒹굴거리다가 더워질것 같으면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방향에서 보면 그때서야 두물머리로 진입하는 차들이 그득했고, 두물머리는 코로나를 피해 야외로 나온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캠핑 의자를 가져와서 물가에 놓고 물멍을 하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개방된 카페에 앉아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우리는 사람과 접촉하지 않는 선선한 시간대에 편히 힐링하다 오니 더할나위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 연꽃을 처음 ‘만나게’ 된 여름
그렇게 몇 번이고 다니다 알게 된 게 있다.
“연꽃 축제요? 다음 주부터 시작해요!”
주차장에서 들려온 말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그 다음 주, 다시 엄마와 두물머리를 찾았다.
그리고… 나는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연꽃을 처음 봤다.
작은 연못에 몇 송이 피어난 연꽃이 아니라, 연꽃이 ‘풍경’이 된 공간.
다음 날엔 아빠까지 모시고 다시 갔다.
부모님 두 분 다 정말 감탄하셨다.
그 이후, 결혼한 언니들의 가족까지 부모님이 직접 소환(!)해 모두 함께 구경시켜주셨다.
💡 두물머리 + 세미원, 이렇게 즐겨보세요
- 📍 연꽃 축제는 보통 7월 말 ~ 8월 중순
- ☀️ 무조건 새벽 추천!
→ 세미원은 아침 7시에 개장, 이른 시간의 연꽃은 정말 아름다움 - 🎫 두물머리 한 바퀴 먼저 돌고, 7시 오픈 맞춰 세미원 입장 루틴
- 🎒 도시락 + 돗자리 + 선크림은 필수
- 📷 사진 찍기 좋은 시간대는 오전 7시~9시
💬 한 줄 정리
“두물머리는 그냥 예쁜 장소가 아니라,
그 시절의 나와 가족이 함께 머물렀던 기억의 장소다.”
올해도 아마 곧 연꽃이 피어날 테니,
혹시 부모님이 계시다면, 친구와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올해 여름, 두물머리 연꽃 축제는 꼭 한번 가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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