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서의 둘째 날 아침,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가볍게 불었다. 소노캄 여수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 몸은 개운했고, 문득 '오늘은 걷는 날'로 정하고 싶어졌다.
소노캄 정문을 나와 약 5분. 바다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오동도로 향하는 입구가 보인다. 마치 유리창 너머로 그 길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듯한 그 느낌.
오동도는 여수 10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약 1.5km의 길이로 바다 위에 떠 있는 듯 이어지는 방파제와 섬은 1933년부터 전라남도 기념물 제2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으며, 동백꽃과 용굴, 바다 절벽 풍경으로도 유명하다.
주차장이 걱정이라면 참고로, 오동도 입구 쪽엔 타워형 유료 주차장이 잘 마련돼 있다. 소노캄 숙박객이라면 주차 고민은 덜 수 있으니 여유 있게 산책을 즐겨도 좋겠다.
🚂 동백열차 vs 도보, 오늘은 나의 발로 걷기
오동도 입구에는 귀여운 동백열차가 한 대 서 있다.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바다 길을 달리는 열차.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처럼 오르막길이 부담스러운 분들께는 딱일 듯하다.
하지만 나는 오늘, 오롯이 걷는 걸로. 입구에는 '여수 걷기 챌린지' 안내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고, '워크온(WalkOn)' 앱을 깔아 챌린지 신청까지 완료했다. 지정된 코스를 걸으면 미션 100% 완료 시 상품권 5,000원 제공! 기간은 5월 26일까지라니, 타이밍도 딱 좋았다.
🌿 동백숲길, 그 자체로 힐링
걷기 코스는 왼쪽으로는 소노캄,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지는 시원한 풍경 속에서 시작된다. 중간중간 모터보트 투어도 있었지만 4인 기준 6만 원이라, 혼자 여행 중인 나는 패스.
오동도 본격 입구로 들어서자 낮은 계단들이 이어지는 동백숲길이 펼쳐졌다. 계단은 부담 없었고, 햇살 사이로 스며든 초록빛이 너무 예뻤다. 아직 남아 있는 동백꽃들과 바닥에 뚝뚝 떨어진 붉은 꽃잎들. 한창일 땐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해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오동도의 동백꽃은 11월 말부터 이듬해 4월 초까지 피어나며, 겨울바다와 붉은 꽃의 대비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꽃이 바람에 떨어져 바닥을 붉게 물들이는 '동백 융단'은 이곳의 명물 중 하나다.
🔦 용굴은 놓쳤지만, 길이 주는 위로
동백숲 안에는 용굴도 있고 등대도 있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월요일은 등대 휴무일이었고, 용굴도 그냥 지나쳤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솔직히 그 숲길 자체가 너무 예뻐서 괜찮았다.
그리고 등대를 지나 해돋이 전망지로 내려갔는데 확 트인 여수 바다가 보여 여기도 장관이었다. 요즘 해가 5시 반에 뜬다는데 너무 일찍 떠버려 일출은 어려울 것 같고 그냥 이렇게만 즐기련다.
해돋이 전망지를 지나니 예쁜 동백 카페로 안내되고 있다.
이런 깊은 곳에 야외 카페가 있는 것이 신기해 따라가봤는데 정말 동백꽃이 피는 계절에는 환상적인 뷰일것 같다.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도 예쁘게 잘 꾸며져 있었고, 일행이 있었다면 가볍게 차나 한잔 마시고 갈 것 같았다.
숲길을 따라 내려가니 작은 광장이 나왔다. 유람선 타는 곳이 제일 먼저 보였고, 음악 분수와 미니 거북선이 있는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등대를 멀리 바라볼 수 있었다. 왠지 이대로 돌아가기엔 아쉬워 발걸음을 그쪽으로 더 옮겼다.
🚴 자전거 대여의 유혹, 다음을 기약하며
등대 쪽 길은 꽤 긴 코스로 이어졌다. 걷다 보니 자전거 대여소도 있었고, 1일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마음이 흔들렸다. 이 코스는 걷기 챌린지 구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너무 매력적인 바닷길이라 다음엔 자전거로 한 바퀴 돌아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등대 언덕 위에 도착해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파란 수평선과 도시의 선들이 겹쳐져, 여수라는 도시의 고유한 감성을 만들어내는 순간.
참고로 오동도 등대는 1952년에 건립된 후 해양조사의 중심지 역할을 했으며, 현재는 전망대와 전시관, 포토존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여수 앞바다와 여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걷기 미션, 완수 완료!
그렇게 다시 숙소 쪽으로 돌아오니, 총 8,000보를 넘겼다. 워크온 앱엔 미션 100% 완료 알림이 떴고, 나 혼자 뿌듯하게 미소를 지었다.
왜 여수 하면 오동도냐고? 오늘 걸어보니 알 것 같았다. 파도 소리, 동백꽃, 초록 터널과 시원한 바람…
하루를 잘 걸었다. 다음번엔 이 코스를 누군가와 함께, 자전거로 달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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